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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책

침묵의 봄

Rue St. Vincent in Spring Georges Seurat France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봄이 왔으나 더 이상 들리지 아니하는 새소리에 비통한 마음으로 붓을 든 해양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 이 쓴 책


[침묵의 봄]


퇴근 후 시간을 쪼개서 읽었다. 그래서 내용도 조각 조각. 일곱 번 정도 나눠 읽었을까. 모르는 단어들이 많았다. 

DDT, DDE, DDD, 세이지 뇌조, 헵타클로르, 벤젠헥사클로라이드(BHC), 합성화학살충제, 염화탄화수소계, 유기인산계.


헬기 또는 비행기로 공중에서 뿌려진 살충제는 땅으로 스며든다. 나뭇잎에 쌓이고 지하수로 흘러 들어간다. 살충제에 노출된 지렁이를 새가 먹으면 죽는다. 호수와 강 바다의 물고기는 폐사한다. 개와 고양이도 쓰러진다. 제거하려 했던 곤충은 살충제에 내성이 생겨 더욱 번성하게 된다. 살충제는 살봄제다. 억울하게 사라져 가는 봄을 대신하여 레이첼 카슨은 말한다. 우리가 뿌린 화학물질은 결국 우리 몸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재앙을 막는 방법은 자연의 섭리에 귀 기울이는 수 밖에 없다고.


어제 저녁부터 두통이 있다. 머리가 아픈 것이 두통이다. 책의 저자는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에 선정됐다. 살충제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방사능과 암역에도 들린다. 경유지랄까. 풀린다. 현재의 문제들도. 자연은 자연스럽다. 물에 돌을 던지면 반드시 파문이 일어난다. 화학합성살충제는 돌처럼 그만의 역할을 해내고야 말 것이다. 돌처럼.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에는 대한민국면적의 15배가 넘는 쓰레기 섬이 있다. 버려진 쓰레기들이 세운 왕국. 자연스럽다. 


봄은 무엇인가. 우리가 부르는 봄은, 벌과 나비와 꽃과 나무와 막 돋아난 푸름이 가득한 그러한 것들 위로 새가 지저귀며 싱그러움이라 일컬어지는 어떤 시작의 흥분이 가득한 그러한 것이 봄인가. 누가 봄을 봄이라 불렀나. 그것은 인간이다. 자연은 그저 흐르는 대로 그 자리에 있었을 뿐, 침묵하지도 소란하지도 않았다. 어느새 나타난 인간은 누구를 봄이라 누구를 가을이라 칭하며 열심히 쓰레기를 버리다 문득 고개를 들고는 봄이 입을 다물었다 한다. 아니다. 거기엔 침묵도 봄도 원래 없었다. 달라진 것은 오직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가 생겼다는 것. 


보도블럭은 몇 년 정도 버틸까. 오백년일까 천년일까. 지하로부터 나무는 밀어낸다. 돌조각을. 결국 자연은 묵묵히 자신의 업을 완수할 것이다. 곤충은 작고 많다. 미생물도 세상에 많다. 바다는 매우 깊다. 그 밑에 누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 내 머리가 아픈 것처럼 봄의 침묵은 일시적일 것이며 다시 새가 지저귀리라. 다만 그 소리를 들을 인간이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 빙하가 녹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까. 많이. 2100년 까지 1.5도 까지만 허용된다. 나무를 베면 숲이 사라지고 숲의 생명도 사라진다. 그리고 인간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멈출 수 있을까. 급속도로 불어난 인간이 지구행성에서 활개치는 동안 자연은 조용히 지하로부터 업을 행한다. 길어야 100년. 더 없이 짧은 생. 거북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거미도 잘 있었으면 좋겠다. 꽃도 그 선명한 색을 주어진 만큼 발했으면 좋겠다. 오랑우탄도 사자도 개미도 큰 나무도 잡초도 고래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은 대부분이라고 해야겠지. 대부분의 사람은 대부분일까.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사람은 자연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라도 그것을 마음에 품어야 균형이 맞으리라. 용암이 흘러 바다에 닿으면 연기가 엄청난 연기가 쉬이익 나면서 검게 굳는다. 그러한 장면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바다에 발을 담궈 보았으나 나는 굳지 않았다. 검지도 않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 받아들이고 뭍으로 올라 왔다. 그 날이 오면 쉬이익 쉬이익 소리 몇 번 내고 저 붉은 용암처럼 검게 굳어 어느 바닷가 언저리에 누워야지. 그 편이 봄을 온전히 누리는 길이다. 


머리가 조금 아프지만 괜찮다. 그래서 침묵하기엔 이르다. 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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