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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책

미쓰백


미쓰백

감독 이지원 제작 영화사 배 각본 이지원 촬영 강국현 편집 한영규, 허선미 음악 이은주, 모그

배급사 리틀빅픽처스 개봉 2018년 10월 11일 시간 98분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무뚝뚝해 보이는 사람도 '툭' 잘만 건드리면 인생 얘기를 줄줄이 늘어놓기 일쑤다. 각양각색의 내용 만큼이나 말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으면서 자기말만 계속 하는 사람도 있고 별거 아닌 소재를 정말 재밌게 전달하는 사람도 있다. 지루하지만 너무 진지하게 얘기해서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드는 사람도 있고 너무 고함을 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끝까지 참고 들으려 애쓴다. 그것이 어떻게든 내뱉으려 하는 상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라고 믿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일부러 유명 영화제 수상작들만 골라서 봤다. 한정된 시간안에 '최고'의 어떤 것을 느끼고 싶었다. 지금은 조금 마음이 넓어진 탓일까. 서툴러도 진정성있는 영화가 좋다. 우아하거나 세련되거나 멋지지 않더라도 느리거나 지루해도 어설퍼도 솔직한 영화.


미쓰백이 잘 만든 흔히 말하는 '명작' 인지는 잘 모르겠다. 흐름상 뭔가 어색한 부분이 몇 있었고 연출이 서툴러 보였으며 개인적으로 원하던 답을 내려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하는 이야기를 용기있게 해줘서 고맙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정해진 답이 없어 어렵긴 하지만 답이 정해진 순간도 제법 있다. 되려 너무 명확하여 망설이게 된다. '내가 말릴까. 휘말리면 어쩌지. 내가 뭔데. 다른 사람이 할 거야. 좀 더 두고 보자. 내가 할 일은 아닌 것 같아.' 나의 짐작처럼 완벽한 영화가 아닐 것이란 판단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무감에서 만들어진 작품일까. 모른다. 그러나 고맙다. 


미쓰백은 여러 아동학대 사건들을 모티브로 했다. '김지은' 이라는 인물은 그 피해자들의 집합체로 등장한다. 그리고 주변에 많은 어른이 있다. 연인관계인 주미경과 아버지. 지은이를 구하려는 백상아와 폭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그의 가족. 탈출하는 어린이를 목격한 운전자. 무관심한 앞 집 주인. 나는 형사가 아니다. 백상아처럼 불쌍한 아이를 거둬 키우고 싶은 마음도 없다. 대개의 경우 내 역할은 '목격자' 혹은 '이웃 사람' 일 것이다. 그럴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만일 내 눈 앞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 영화처럼 흘러가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 앞 집 문을 먼저 두드려 아이의 상태를 확인한다. 시민으로써, 어른으로써, 인간으로써 도리를 다한다. 내가 아무리 만취했더라도 2층 창문에 매달린 아이를 목격한다면 반드시 차를 세우거나 다가가 아이를 돕겠다. 비명과 신음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책 무수한 작품들 좋다. 비평과 비난, 댓글 모두 좋다. 감동의 눈물, 기립박수, 다시는 잊혀지지 않을 명장면들. 그러나 그것들이, 그 안에 담겨진 목소리가 인생에서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면 시간을 죽여 생을 보낸 것 이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시간을 내어 누군가의 이야기를 아주 진지하고 심각하며 처절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안에서 뻗어 나온 손을 잡아야 한다. 그것이 도리이다. 그것이 그들이 돈과 시간과 생을 바쳐 이야기를 한 이유이며 바라는 바다. 관객수 70만을 넘어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니 70만건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기를. 


결심을 해야 바뀐다. 자전거처럼 자전거처럼이다. 처음하는 것은 늘 서투르다. 첫 주문, 첫 사랑, 처음으로 포장마차에서 우동을 시키기, 처음으로 연대하기. 아동학대를 막는 내 모습도 어딘가 서투를 것이다. 그러니 공부가 필요하다. 술집에 아이를 데려가면 아동학대다. 부적절한 환경에 노출시켰기 때문이다. 모든 술집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부모와 다퉈야 할 것인가. 역시 어렵다. 하지만 해야 한다. 내가 안하면 아무도 안한다. 내가 하는 모습을 보여야 사람들이 움직이고 토론이 시작된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 


외우기 위해 한 번 적어본다. 언제 - 아동의 울음소리, 비명, 신음소리가 계속되는 경우/아동의 상처에 대한 보호자의 설명이 모순되는 경우/계절에 맞지 않거나 깨끗하지 않은 옷을 계속 입고 다니는 경우/뚜렷한 이유 없이 지각이나 결석이 잦은 경우/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 무엇을 - 신고자의 이름,연락처/아동의 이름,성별,나이,주소/학대행위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이름,성별,나이,주소/아동이 위험에 처해있거나 학대를 받고 있다고 믿는 이유/ 어떻게 - 112/관할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방문/신고자의신분은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제10조,제62조에의해보장됩니다.


*신고 후 아동을 대하는 태도

- 신고 전과 동일한 태도로 아동을 대해야 합니다.

- 아동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존중과 이해로 대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아동의 분위기 변화를 파악해야 합니다. 신고 후 아동은 학대받은 사건을 생각하며, 자주 우울해하거나 불안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아동의 말을 경청하고, 비언어적인 대화에도 반응을 해 주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학대받은 것이 아동의 잘못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어야 합니다.



때리지 마세요

위협하지 마세요

협박하지 마세요

괴롭히지 마세요

조롱하지 마세요

소리 지르지 마세요

잘못된 장면을 보여주지 마세요




이 글도 미쓰백처럼 성기지만 뚜렷했으면 좋겠다. 




http://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1125&ccfNo=2&cciNo=1&cnpClsNo=1


https://www.gov.kr/portal/service/serviceInfo/PTR000050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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