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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GS25 삼겹구이 도시락


GS 삼겹 구이 도시락(4500) + 오뚜기 스파게티면(1000) = 5500원. KT 10% 통신사 할인 적용 시 4950. 스파게티는 맛있다. 다소 건조하지만 천원에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삼겹구이 도시락도 그럭저럭. 고기는 의외로 먹을만 하며 나머지 구성도 괜찮다. 소세지, 잡채, 삶은 계란, 피클, 볶음 김치, 숙주나물, 치킨 한 덩어리, 브로콜리 등. 나름 여러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 역시 도시락 특유의 건조함은 존재한다. 볶음 김치를 제외하고는 거의 바짝 말라있다.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젊음처럼.


4.19였고 4.16이었다. 곧 5.18이다. 시급 7800원에 알바를 하면 9360원의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 4차례 전화해서 알아봤다. 담보없이 여친에게 빌린 170만원은 사랑이자 동시에 무능력에 대한 아픈 증거다. 2년 후 1억 2천에 10평 짜리 전세방의 계약이 끝나면 갈 곳이 없다. 5분, 50분, 1년, 3년 누가 자꾸 내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하루는 24시간. 8시간 근무를 해도 출퇴근 2시간 점심시간 1시간을 더하면 11시간을 노동에 쓴다. 저녁과 샤워 1시간. 수면 8시간. 12 + 8 = 20. 산술적으로 4시간이 남는다. 그러나 딱히 생산적으로 쓴 기억은 없다. GS25 삼겹구이도시락을 업소용 1000kw 전자렌지에 1분 40초 돌렸다. 오뚜기 스파게티 컵에 물을 받아 4분 뒤 같이 먹었다. KT 멤버쉽 할인 10%를 받으면 4950원. 5000원에서 50원이 남는다. 그래서 좋았다. 직업선택은 어렵다. 연봉 1800이상, 정규직은 찾기 어렵다. 주 6일, 포괄임금제(법정최저임금, 주 12시간 잔업수당, 식대 등 기타 수당 15만원 포함), 비전없음, 취업 사이트 후기 별로, 기본급 없는 영업직, 계약직, 무기 계약직, 파견직, 안녕형 인턴(절대 정규직으로 뽑지 않는 인턴), 수도권 밖. 야근수당 없음, 추가수당 없음, 연차수당 없음 그리고 연차 못씀, 육아휴직 없음, 신입제외. 수 많은 조건을 통과하고 남는 직장은 거의 없다. 2017년 기준, 청년경제활동인구 433만 3천명. 청년 실업자 43만 5천명, 실업률 9.9%. 청년층 경제활동인구 열명 중 한 명은 직업이 없다.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청년층 취업준비생 약 45만명, 그냥 '쉬었음' 으로 응답한 30만 1000명. 합 118만 5600명. 청년층 생산가능 인구 928만 2천명. 일할 수 있는 청년 여덟 중 한 명은 직업이 없다. 

 

1987년. 6.10 민주항쟁 이후 이어진 789 노동자 대투쟁. 그 결과는. 어디로 갔는가. 3개월. 전국 연인원 200만. 파업건수 3,341 회. 정치권과 중산층의 외면으로 꺼져버린 불씨. 각 기업으로 흩어져 버린 1기 노동조합과 그들이 미처 포용하지 못한 노동자의 딸, 아들은 황무지에서 주휴수당, 해고예고수당, 임금체불진정서의 존재도 모른 채 젊음을 까먹는 중이다. 쉽사리 지켜지지 않는 '기본'. 사업주가 임금지급 시정지시를 거부하면 진행되는 형사/민사 소송. 형사소송은 벌금으로 끝난다. 체불임금을 받기 위한 법률구조공단에서의 민사소송은 최소 3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린다. '겨우 8000원 가지고 그러냐'. 라고 말한 이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럼 그깟 8000원 주시지요'. 


주황 고무통 속의 문어들은 죽음을 직감한 듯 숨죽인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인간 손에 붙들린 동료 하나가 1m 남짓한 허공에서 꿈틀대다 다시 철퍽 하고 돌아왔다. 그들은 여전히 시체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가 개성을 발휘하려 드는 것은 사치다. 경제적이지 못하다. 익숙한 단어와 문장, 간격으로 살아라. 표준. 표준. 그들이 했던 대로 늘 상상하던 그 모습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 차곡 차곡. 잔고가 쌓이면 행복이 오리라. 불 빛이 깜빡인다.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다. 50원을 열 번 모으면 500원. 동전 노래방 2곡에 해당한다. 주황 고무통 속의 문어들은 아직 조용하다. 빨판, 먹물과 위장. 소용없는 발버둥을 멈춘 그들은 매우 경제적이다. 시장 한 켠, 박스를 펴고 있는 노인에게 상인처럼 보이는 젊은 남자가 '여기서 박스 피지 말라고 했잖아요. xx형이. 아' 역정을 낸다. 2017년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 42.7%. OECD 1위. 회원국 평균의 4배. 76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 60.2%. 최저생계비 미만인 빈곤 노인 55.2%. 1988년에 출범한 국민연금. 1950년대 생은 혜택을 못 받는다. 노인가구의 소득항목별 비중 = 한국 공적연금 16.3%. OECD 회원국 평균 58.6%. 근로소득 비중 한국 63%. OECD 평균 23.9%.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상태. 2013년 확정치 기준 공공사회지출 GDP 대비 9.3%. OECD 평균 21.1%. 34개국 중 34위. 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가장 돈을 아끼는 나라. 어느 외국인의 질문 '한국은 왜 노인들이 늦게 까지 일을 하나?' 2016년 자살률 인구 10만명당 25.6명. 2003년 이후 자살률 13년 째 1위. OECD 국가 평균 자살률(12.1명)의 2.4배. 청소년, 청년층 사망원인 1위는 자살. 노인 자살률 53.3명. 합계 출산율 1.21명. 최하위. 노약자는 자살. 연 2069시간 일하는 노동자들.


언덕 위 바람을 맞으며 감상에 젖던 시절은 지나갔다. 강은 메워진지 오래, 검녹으로 물든 숲은 4계절이 열 번 지나도 웃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 의미는 시간에 비례한다. 바다는 소금물, 하늘은 뚜껑. 또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세월을 보내는 동안에도 시계가 째깍 째깍 최저임금을 채운다. 한 때 아름다웠었었을 거라고 가끔 떠올리며, 언젠가는 적금을 타거나, 펀드가 오르거나, 차를 뽑거나, 연금을 타거나, 연차를 쓰거나, 불금 불토를 보내거나, 승진 하거나 그런 아주 행복한 일이 있을 거라고 여기며, 오그라든 도시락을 먹는다. 한 번도 햇 볕을 쬔 적 없어 뵈는 음식들이 어쩐지 바짝 말라있다. 목이 탄다. 문어는 주황 고무통에서 젖은 소금물을 생각한다. 내가 누볐던 우주. 검푸른 우주. 1m 위에서 떨어진 문어처럼 나는 아직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