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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적당히 사랑하기

Hesse Hermann 1927 Sonnenblumen



글 쓰는 게 살짝 늦어졌더니 방문자 수가 살짝 줄었다. 2주도 안된 티스토리지만 세상의 무서움을 잠깐 체험했다. 하이고. 체력은 딸리는데 계획만 점점 늘어간다. 지치지 않게 조심해야지. 기존의 일정에 식단관리와 운동에 대한 포스팅이 추가됐다. 이젠 티스토리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가버리지는 않으려나 걱정이다. 그래도 재밌으니까 굳굳. 대충 식단을 짜봤는데 제일 비싼 것은 닭가슴살이었다. 하루 300g 씩 30일 이면 9kg 인데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닭가슴살 중 가장 저렴한 걸로 계산 했을 때 한달에 12.9만원이 나왔다. 비싸다. 이런. 그래도 좁은 곳에 갇혀서 괴로워 하는 닭들을 괴롭히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라 위안해야지. 맞아. 내가 돈을 더 벌어야지. 닭을 위해서. 하하. 구운 계란도 <자유방목>하는 아니면 적어도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생산된 걸로 구할 작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하고 자유방목한다고 했으면 하는 거겠지. 뒷 돈을 받거나 대충 넘어가주지 않았겠지. 관성적으로 생기는 찝찝함. 허허. 


그러고 보니 패스트푸드를 먹은 지도 꽤 오래됐다. 2 ~ 3년 정도. 처음에는 진짜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해보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의지가 대단해서라기 보단 패스트푸드 말고도 먹을 게 너무 많았다는 게 정확한 분석이다. 그렇다. 햄버거 말고도 치킨 피자 파스타 각종 찌게 군것질 과자만 해도 종류가 엄청나다. 허허. 계기는 음 뭔가 내 안에 축적된 메세지 때문이었다. The Meatrix(2003) - 프리 레인지 스튜디오스 / 슈퍼 사이즈 미(2004) - V. S. 모건 / 채식주의자(2007) - 한강 / 옥자(2017) - 봉준호 / 마이크로 코스모스(1996) - 끌로드 누리드사니, 마리 페레노 / 벅스 라이프 - 존 래시터. 프리 윌리.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일관된 그리고 의도적인 필모그래피는 아니지만 이 외에도 각종 다큐멘터리와 무수한 저작들이 내 안에 생태주의(?) 비스무리한 감정을 심어 놓았고 얼마 전 예고도 없이 발현된 것이다.


꽤 어려서 부터 나는 늘 동물을 사랑했다. 동물도 날 사랑했을까,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난 동물을 사랑한다. 그리고 동물을 먹으면서 살아왔다. 앞으로도 동물을 먹겠지. 그것은 약간의 필연이다. 무엇을 먹느냐에 대한 선택권은 내게 있지만 경제적으로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그런 인간이 아니기에 지금의 채식은 사치이자 이룰 수 없는 이상이다. 아마 나의 미래와 채식을 맞바꿀 만큼은 자연을 사랑하지 않는가 보다. 적당히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만 그리하여 동물을 사랑하는 선택을 할 것이다. 천연 무엇(샴푸, 비누, 세제, 화장품 등)을 쓰고 전기 자동차를 왠만하면 타고 뭐든지 조금씩 절약하고 그리고 즐겁게 살다 간 친구들만 먹으면서 위안을 삼으련다.


요즘 인스타그램에 푹 빠졌는데 동물 영상이 정말 많다. 먹이를 달라고 보채는 가오리, 넘어진 동료를 일으켜 주는 거북이, 사람 손을 타서 자꾸 돌아오는 물고기, 양과 말의 우정, 주인을 알아보고 달려와서 안기는 닭, 거위, 오리들. 대규모 예산으로 만든 정통 다큐멘터리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감동, 그리고 진실이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주인을 알아보는 혹은 사람 손을 좋아하는 물고기라니. 거북이의 협동이라니. 이제는 어떤 동물이라도 감정이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심지어 물고기 조차도.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횟집이 있다. 해외에도 있겠지. 그래서 무섭다. 징그럽다. 수족관에 갇혀 있는 그들이 무섭다. 두렵다. 그렇다고 딱히 회나 초밥을 먹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점차 줄여갈 생각이다. 그 수족관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우리나라는 조수(새와 짐승을 뜻하는 것 같다)를 함부로 학대, 사살, 인공사육 할 수 없으며 정해진 동물들만 자격이 있는 사람에 한해서 사냥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낚시도 사냥이지 않은가. 살아있는 생물에게 덫을 놓아 포획하여 사살, 사육, 방생하는 일. 어업은 신고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경제의 영역이고 일반 사람들의 낚시는 무분별하게 행해지고 있다. 심지어 TV에서는 낚시 방송을 하며 물동물을 사냥하는 문화를 주제로 잡지까지 나온다. 아마 낚시를 즐기는 많은 분들은 이 이야기를 정말 싫어하시겠지만 나는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낚시면허제도를 도입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물에 사는 동물들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변화하기를 바란다. <스위스는 3월 1일부터 살아있는 랍스터(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넣는 사람에게 벌금형을 내린다. 조리 전에는 반드시 기절시켜야 하며, 전기충격 등 제한적인 방법만 허용한다. 랍스터를 얼음ㅇ 위에 올려 수송하는 것도 금지된다.>

아무 것도 먹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라, 기왕 먹는 거 잘 먹어보자는 취지다.  여기는 티스토리 일기장인데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추후 위에 나온 이야기들에 살을 붙여 이야기를 하게 되니까 음 예고편이라고 생각해야지. 아 정신없다. 신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