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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결과. 누구의 승리인가. 향후 전망

21대 총선 결과 지역구도



21대 총선 의석수




20대 총선결과 지역구도


출처 - 오마이뉴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122 이던 미래통합당103석으로 19 줄었다. 20대 총선에서 123석을 차지했던 더불어 민주당180석으로 57석이나 늘어났다. 정의당은 1석 줄었으며 국민의당 의석은 대부분 더불어 민주당 쪽으로 넘어간 형국이다.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을 제외한 범진보세력은 189석으로 엄청난 덩치다. 더민주의 180석은 300석 중에서 5분의 3이다. 국회에서 입법, 인사, 예산 모두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도 가능하다. 국무총리나 대법원장 등 국회의원 과반 이상 동의해야 하는 주요 직책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사실상 국회 전권을 쥔 것이나 다름없다. 이와 비슷한 흐름은 17대 총선이었다. 노무현 탄핵 소추안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힘입어 진보 계열 열린우리당이 2004년 17대 총선에서 152석을 차지하며 87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집권당으로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열린 우리당은 시민들에게 정치력을 <입증>하지 못했고 그 결과 2007년 12월 19일 실시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이 당선됐다. 그리고 이어진 2008년 4월 9일 18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다시 153석으로 과반수를 넘겼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촛불혁명의 연장이라 볼 수 있다. 시민들은 이명박, 박근혜, 미래통합당이 주도했던 지난 10년에 대한 평가를 촛불시위와 탄핵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감옥으로 보낸 뒤, 19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문재인을 당선시켰고 이어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광역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 교육감을 범진보 세력에게 밀어 줬다. 그리고 대망의 21대 총선에서 범진보 189석 더불어민주당 단독 180석이라는 결과로 종지부를 찍었다. 사실상 시민들이 한국에서 합법적인 투표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4년차에 접어들었고 그간의 평가가 그리 후하지는 않다. 지지율은 회복했지만 정책적으로는 양쪽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진보세력은 개혁이 더디다 공약이행률이 낮다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다른 한 축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무차별적인 비난공세다. 



2010년 대는 바야흐로 스트롱 리더쉽과 극우세력들이 득세하는 시절이었다. 트럼프, 아베와 자민당, 시진핑, 푸틴, 두테르테, 마크롱과 극우동맹당,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이러한 역사적 흐름 때문에 2017년 한국 시민들이 선택한 탄핵의 길과 문재인이라는 인물은 대단히 놀랍고도 일견 독특한 결정이었다. 역사적 사명을 띈 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성패는 아주 중요하다. 내가 보는 문재인의 가장 큰 특징은 좀처럼 '실수'가 없다는 점이다. 때로는 실속없고 답답해보일 만큼 신중하고 정석적인 정치인이다. 반대로 이런 특성 때문에 지속적으로 양쪽에서 비판을 받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과 문재인 정부의 안정감과 조심스러움은 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 사태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사스 메르스를 거치며 발달한 방역 시스템,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문재인 정부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했다. 전례없는 위기에서 필요한 지도자는 믿을 수 있는 지도자다. 문재인은 빠른 개혁과 성장, 과감한 혁신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견디고, 헤쳐나가고, 극복하고, 혼란을 바로잡는 데에 적합한 사람이었다. 



지금 이판에서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는 역시 더불어민주당이다. 그들은 4+1 합의나 협치 따위는 필요도 없는 엄청난 권력을 손에 쥐었다. 큰 힘에는 반드시 큰 대가가 따른다. 2007년 열린 우리당의 패착으로 시민들은 무려 10년 간 진보세력으로 부터 등을 돌렸다. 다음 20대 대통령 선거일인 2022년 3월 9일이 마감일이다. 그 때까지 확실한 결과가 필요하다. 당장은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선거제도 개혁 등이 중요한 화두다. 17년에 시민들이 외쳤던 양극화 해소, 공정성 회복, 적폐청산, 살기 좋은 나라 만들기 등의 요구 역시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은 자원외교, 줄푸세, 747, 무상복지, 창조경제 등의 실질적 보상이 연상되는 정책을 내세웠던 이명박근혜 정부와의 차이를 보여줄 소중한 기회다. 유권자들에게 <돈이 안 될 것 같은 소리>를 하는 정치인들을 뽑아도 <내 삶이 더 나아지는 구나> <기분 좋은 세상이다> 라는 경험이 필요하다. 경제성장이나 집값 등으로 허비할 시간도 돈도 없다. 이제 한국 정치에는 젠더, 기후, 선거제개혁, 식량자급문제, 노인빈곤과 자살률 등 원래 정치를 위임한 목적인 행복한 삶을 논의할 때가 왔다. 


21대 국회의 임기는 5월 30일 부터 시작된다. 다음 총선 날짜는 2024년 4월 10일이다. 그 때까지 기존 지지층은 물론이고 반대편 유권자들과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들 모두에게 증명해야 한다. 성공한다면 이낙연과 이재명의 당선이 유력해지고 더민주의 기반 역시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만약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에 실패하면 그 화살은 문재인에게 가지 않는다. 정확히 더불어 민주당에게 그 타격이 갈 것이다.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식은 성장했고 대통령과 청와대만으로는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 득표수와 의석수의 괴리가 크다. 범진보와 상대세력의 의석수는 83석이지만 실제 표차이는 지역구 기준으로 291,7667표에 불과하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이 <완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는 과거의 일이 됐지만 폭발적이었던 안철수 신드롬의 핵심은 '새정치'였다. 유권자들에게는 더민주도 미래통도 아닌 다른 세력과 인물에 대한 갈망이 존재한다. 2024년 이후에는 유권자들의 이런 욕망을 제대로 이해하는 정당이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