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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I 식물성 식단

<도시락> 스윗 하비스트 샐러드



처음으로 채식 도시락을 먹었다. 편의점 도시락, 프랜차이즈 도시락 보다도 훨씬 만족스러웠다. 일반 도시락들은 왠지 모르게 먹고 나면 찝찝했다.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먹은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 것은 달랐다. 먹고나서 몸이 가벼웠고 소화도 잘 됐다. 7900원으로 가격은 좀 있었지만 기회가 되면 또 먹고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재료는 볶은 현미다. 작은 알갱이가 군고구마, 단호박과 어우러져 씹는 맛이 풍부했다. 심심한 샐러드의 맛을 보좌한 것은 크랜베리다. 전체적으로 맛의 조화가 잘 맞았다. 고기가 하나도 없는 도시락은 처음이었는데, 이 제품을 먹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맛없으면 다시 채식 도시락에는 도전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걱정이 사라졌다.

10억 마리의 야생동물이 사라졌다고 알려진 호주산불의 소식이, 나를 움직였다.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더 많은 희생이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 그리고 죄책감에 고민했다. 나는 뭘 할까. 개인이 기후위기, 기후변화에 대응해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실천중 하나는 식물성 식단을 먹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 대규모 사육과 살육, 고기 생산 시스템은 엄청난 양의 물과 토지를 사용한다. 그 대가는 죽은 바다, 죽은 땅, 뜨거워지는 지구다. 동물의 멸종과 고통이 전부가 아니다. 이미 <기후위기>는 <기아><난민><전쟁> 등 인류 생존의 문제들을 심화, 촉발, 재생산 하고 있다.

당장 세운 단기 목표는 덩어리 고기를 줄이는 것이다. 이제 스테이크, 삼겹살, 막창, 갈비, 감자탕 등 큰 고기를 서비스하는 제품과 식당은 이용하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고기를 섭취해야하는 경우라면 국산을 택한다. 그러면 다른 나라에 고기를 옮기느라 비행기가 배출한 온실가스라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고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온실가스 때문이다. 축산업계는 교통분야에 맞먹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양은 앞으로 늘어날 추세이다. 이를 막지 못하면 동식물들 뿐만 아니라 인류 스스로에게도 미래는 없다.

작은 희망은 바로 나같은 사람도 변했다는 사실이다. 학교 급식에 고기반찬이 없으면 투정했고, 특별한 날에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기는 힘의 원천이자 부의 상징이며 단백질의 보고인데다가 맛까지 좋았다. 지금은 이 <고기 신화>에서 벗어났다. 그 사실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이제는 실천의 단계다. 옛날 어느 할아버지가 그랬다. 알고도 행하지 않으면 아는 것이 아니라고.

맛있는 도시락이다. 환경, 생물다양성을 다 떠나서 먹을만 하다. 술먹고 난 다음날 해장용으로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